우리에게 내일은 없다_1

2014-08-16~201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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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청립봇 팔로워 20명 돌파 기념 이벤트 Another Universe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1 pic.twitter.com/TXNJ5Hxwaf

2014-08-16 20: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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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별로 처음부터 내가 원해서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어디 극에서나 나오는 것처럼 인생을 걸어서 이루고 싶었던 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저항감마저 없었다. 이해 했고, 납득 했다. 사실 그보다 쉬운 일이었다.

2014-08-16 23:05:41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평범하게 학교를 나와서,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나왔다. 아이들과 떠들고, 공부를 하고, 상냥한 부모님 밑에서 점점 어른이 되어갔다. 농구부에 들어 부원을 이끌고, 전국까지 나아갔다. 우승은 하지 못 했지만 충분한 결과라고 생각 했다. 후회는 없었다.

2014-08-16 23:08:49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고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 전부 다 끝난 것 같은 시기였다. 무난한 성적으로. 무난한 대학을 가서, 체육 선생님이나 해볼까. 라고 막연히 생각하면서 아이들을 전부 같은 길로 걷게 했던 물살에 떠밀려 곧 내가 갈 어딘가에 도착할 거라고는 생각 했었지만.

2014-08-16 23:11:36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어디 여행이라도 대학 들어가기 전에 잠깐 떠나볼까. 그런 시답잖은 생각을 하면서, 일찍 마친 학교에서 돌아와 눈이 쌓인 거리를 밟고 집으로 향하는 골목 어귀로 들어서자 동시에 이질감이 들었다. 손 안에 끈적하게 땀이 베어나오고, 눈이 구석구석 스며들어

2014-08-16 23:14:56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쌓인 거리에는 까만 차들과, 까만 사람들이 버글거리고 있었다. 발걸음이 멎었다. 뒤로 돌아야할까, 잠깐 고민했지만 골목을 가득 채운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남자들의 시선이 단숨에 꽂혀들었다. 피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2014-08-16 23:16:06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그 뒤로는 별로 기억이 없다. 이상한 말들이 오갔다. 알아 듣지 못 할 말들이었다. 똑바로 지면에 두 발을 붙이고 있다는 감각이 사라질 만큼 어지러움이 숨을 쉬는 내내 온 몸을 뒤집어 흔들어 놓았다.

2014-08-16 23:19:15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부모님은 나를 잡고 울었다. 너 같이 유약한 놈을 데려다 뜯어 고쳐놓는 것보다 차라리 어린 놈을 처음부터 기르는 게 편하겠지. 이런 비슷한 말들이 자꾸 오갔다. 난 부모님과 모르는 검은 남자의 사이에 정좌하여 앉아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2014-08-16 23:25:19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안 된다고도 했던 것 같다. 그러지 말라고. 제발. 하지만 내가 대신 하겠다는 말은 듣지 못 했던 것 같다. 나는 그들이 말하는 내내 방바닥의 다다미만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암막처럼 집안을 싸고 가리는 커튼들, 무너진 책장, 깨진 컵, 쓰러진 책들.

2014-08-16 23:26:59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그 때 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집인 것도 모른 채로 엉망진창으로 망가진 것 같은 집을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까 걱정을 했다. 그 생각만을 계속 했다. 곁에서는 여전히 알수 없는 말들이 쏟아져내리고 이유 모를 눈물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2014-08-16 23:29:31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 뿐이었으니까. 이야기가 끝나고 나는 그 집을 남자의 손에 잡혀서 나왔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곳이라는 말을 들었다. 부모가 피한 업보를 네가 받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 때까진 알 수 없는 말일 뿐이었다.

2014-08-16 23:31:15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어쨌든 확실한 건 내 인생이 빠른 속도로 어떤 새로운 물살에 떠밀려 어디론가 쓸려갈 거라는 것.

2014-08-16 23:39:22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알고보니 야쿠자의 핏줄이었고 오래 된 야쿠자의 계통을 이을 사람이 없어 가문에서 나간 골칫덩어리의 아이를 후계자까지 삼게 되었다는 소설 속에나 나올 이야기에 부딪친 내 인생이 별로 가엾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받아들였다.

2014-08-16 23:41:18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의지 없이 그저 미는대로 따라 가는 삶을 살았다. 하나의 도구이자 상징이 된 채로 개인인 나는 남지 않았다. 감정은 느꼈다. 내 아래의 사람들도 소중하다고 생각 했다. 가족들도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나쁜 삶은 아니라고 생각 했다.

2014-08-16 23:44:00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책임을 질 것이 있고, 지킬 것이 있고, 소중한 것이 있으니까 보통의 삶과 다를 것도 없었다. 카이조라는 이름의 내 핏줄이 이어온 조직은 뼈대가 깊었고 강했다. 그만큼 적도 많았지만 조직은 항상 강건했다. 시간은 무엇보다 강력한 무기다.

2014-08-16 23:46:27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삐걱거리지 않는 낡은 집이 어디 있을까. 당연한 것이다. 어린 것들과 싸울 필요도 없었다. 그들이 시간을 간과하는 멍청이들만 아니라면. 서로 물어 뜯을 필요 없이 원만하게, 시간을 두고 가면 되는 길들을 알고 있었고, 그대로 갈 뿐이었다.

2014-08-16 23:49:48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그러니까 오늘의 협상도, 어린 놈들 어금니 좀 구경하러 가볼까.

2014-08-16 23:50:58
아오미네 다이키 @Aomine_54b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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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6 20: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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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미네 다이키 @Aomine_54bot

사는 이유? 그따위 게 있을 리 없잖아. 그저 하루를 뒈지지 않고 무사히 마감하면 다행이었다. 언젠가부터 였을까. 문득 주위를 둘러본 그곳엔 온통 질질대는 것들뿐이었다. 시공간의 낭비, 질려.

2014-08-17 00:20:17
아오미네 다이키 @Aomine_54bot

그 기생충과도 같은 것들은, 미간에 조금만 힘을 줘도 설설 기었다. 어떤 놈은 처먹던 도시락까지 바치더군. 네 더러운 분비물이 묻은 걸 어떻게 입에 넣냐며 등을 짓밟으면, 오줌을 싸며 울었다. 어이, 이런 식은 재미없다고.

2014-08-17 00:24:26
아오미네 다이키 @Aomine_54bot

덩치가 커질수록 상황은 웃기지도 않게 돌아갔다. 부모고 선생이고, 그놈의 레퍼토리는 지겹지도 않나? 그때쯤엔 이미 학교를 가는 날보다 안 가는 날이 더 많았다. 처음은, 눈에 띄는 바이크 때문이었나. 별생각 없이 훔쳤다. 다시 돌려주면 되는 거 아냐.

2014-08-17 00:31:49
아오미네 다이키 @Aomine_54bot

쫓아온 것은 대여섯 쯤이었던 것 같다. 무언가로 뒤통수를 맞아 굴러떨어졌는데, 일어나다가 코피가 흐르는 걸 알았다. 그다음 기억하는 것은, 한 놈의 얼굴을 뭉개고 있는 내 발이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아, 내가 지금 재밌다고 말했나?

2014-08-17 00:4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