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와 플롯, 하루키와 '갈등의 부재'

플롯에 대해 김영하 님이 트윗한 것에 유미리 님이 자신의 집필 과정에 대해 의견을 피력한 것이 계기가 되어, 소설에 있어서의 플롯・서사에 대해 김영하 님과 제가 트윗 상에서 나눈 대화를 모아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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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museum

영어의 플롯Plot은 줄거리로도, 음모로도 번역된다. 작가와 범죄자는 모두 은밀히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행에 옮긴다는 점에서 닮았다. 플롯이 뻔하면 덜미를 잡힌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자기 계획에 자기가 속는다는 점까지도.

2011-01-11 14:26:59
安 天 @aniooo

【訳】RT @yu_miri_0622: 하지만 나(유미리)는 소설 쓸때 플롯은 전혀 안만든다.완전 무계획,아무 준비없이 써나간다.희곡은 시・공간의 제약이 있어서 치밀한 플롯을 만들지만…RT @timemuseum: Plot은 줄거리로도, 음모로도 번역된다

2011-01-13 12:09:28
安 天 @aniooo

같은 소설이라도 플롯구성이 중요한 요소인 소설이 있는가 하면,그런 구성없이 쓰여지는 소설도… 소설이라는 장르의 무규범성은 놀랍다★同じ小説でも事前のプロット構成が重要要素になる小説があれば、そういった事前構成なしに書かれる小説も…小説というジャンルの無規範性は不思議

2011-01-13 12:12:38
@timemuseum

@aniooo 유미리씨의 멘션을 받다니 재밌네요. 유미리씨라면 그럴 것 같기도. 그러나 스스로 어떻게 믿든 간에 모든 작가에게는 내장된 혹은 자동화된 플롯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식하느냐 않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2011-01-13 12:15:33
@timemuseum

@aniooo 얼마나 잘 은폐돼 있느냐의 차이일 뿐, 플롯이 중요하지 않은 소설이라는 것은 실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플롯은 본질적으로 정보의 배분을 결정하는 방식이고 이는 매순간 작가가 내리는 결정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1-01-13 12:20:46
安 天 @aniooo

@timemuseum 그렇지 않아도 현대일본소설의 최근 흐름에 대한 글을 준비하면서 소설에 있어서 서사가 지니는 의미에 관한 일본의 비평을 읽고 있는 중인데, 두 분께서 소설집필과정에 차이를 보여 흥미롭습니다.

2011-01-13 12:22:42
@timemuseum

@aniooo 네 작가들이 '플롯'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도 흥미로운 차이들이 있지요. 예컨대 스티븐 킹 같은 경우에는 "플롯 같은 것은 잊어버려라"라고 했지만 이 경우의 '플롯'은 미국 작법 책에 주로 나오는 도식화된 장르적 줄거리를 일컫는 거죠

2011-01-13 12:25:26
@timemuseum

@aniooo 개인적 경험에서 주로 출발하시는 유미리씨 같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저 같은 작가와의 차이일 수도 있고요.

2011-01-13 12:26:26
安 天 @aniooo

@timemuseum 스티븐 킹의 말은 정형화된 서사구조를 의식하면서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한 회의인 것이군요. 일본의 몇몇 비평가들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에서 공통된 서사구조를 읽어내는 걸 보면서 그게 하루키가 의식한 것인지 아닌지 궁금해졌습니다.

2011-01-13 12:28:11
@timemuseum

@aniooo 많이 읽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무라카미의 경우, 그 내장된 플롯, "소년 소녀를 (신화적인 경로를 통해) 만나다"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들을 계속 써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11-01-13 12:32:56
@timemuseum

@aniooo 무라카미의 경우에는 '내장된 플롯'을 의식하지 못한 채 따라갔던 것 같아요. 1Q84 같은 경우가 좀 예외적인 것 같고요. 즉, 소설을 '만든다'라는 것을 의식하기 시작한 이후의 소설로 보입니다.

2011-01-13 12:30:04
安 天 @aniooo

@timemuseum 그렇군요. 하루키 소설 내 큰 전환점으로 『태엽감는 새』가 꼽히는데, 그런 의미에서는 1Q84도 나중에 중요한 전환점으로 꼽힐지도 모르겠네요. 앞으로 그가 쓰는 소설들을 읽을 때 이런 관점에서도 읽을 수 있겠네요.

2011-01-13 12:33:56
@timemuseum

@aniooo 네, 그럴 수 있을 듯. 1Q84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미국 드라마에서 많이 사용하는 일종의 후크들이 작품 전반에서 계속 사용된다는 점,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소녀를 만나다'에 관계된 이야기말고는 가차없이 버린다는 점이었어요.

2011-01-13 12:36:30
@timemuseum

@aniooo 전자가 작가가 플롯을 강하게 의식하기 시작한 흔적으로 볼 수 있다면 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구식 플로팅에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즉 서툰 면모를 보여주는 방증 같았습니다.

2011-01-13 12:37:17
安 天 @aniooo

@timemuseum 일본 비평가들의 경우, 하루키 소설의 서사구조를 규정하고 있는 요소로 의뢰/대리의 형태를 띠는 타의적인 경계의 침범을 거치는 보물찾기 라는 큰 틀에 신화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각색해 버무려넣는다고 보고 있더군요.

2011-01-13 12:36:34
@timemuseum

@aniooo 네, 폴 오스터가 우연이라는 전근대적 소설적 장치를 대담하게 현대적 서사에 접목시켜 반향을 얻은 것과 비슷하게 무라카미는 신화적 요소를 일종의 탐정/미스테리의 장르적 규칙 같은 것에 대담하게 결합시켰다고 저도 보고 있어요.

2011-01-13 12:40:14
安 天 @aniooo

@timemuseum 하루키가 후크를 많이 사용하면서도, 결코 그것들이 서사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지적에 저도 동의합니다. 후크의 다용과 서사개입에 대한 금욕이 공존하는 것도 하루키의 특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2011-01-13 12:40:20
@timemuseum

@aniooo 언젠가 한 대학에서 동양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갈등회피적 성향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 있는데요. 갈등은 서구 플롯의 핵심인데 동양인들은 갈등회피적 성향이 강하고 그게 말씀하신 '서사개입에 대한 금욕'으로 나타날수도 있지요.

2011-01-13 12:43:28
安 天 @aniooo

@timemuseum 오! 눈이 번쩍 뜨이는 말씀입니다. '서사개입에 대한 금욕'과 '갈등회피적 성향'의 상관관계라. 동양 내에서도 한국은 그 경향이 훨씬 덜할 것 같고, 일본 소설에서 그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날 것 같네요.

2011-01-13 12:45:35
@timemuseum

@aniooo 네, 그게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내려오는 서구의 서사적 전통과 동양의 서사적 전통이 갈라지는 부분이라고 저는 보는데요. 일본 작가들의 사소설 전통도 어쩌면 외부적 갈등을 내면화하는 서사적 해결책이 아닐까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2011-01-13 12:47:30
安 天 @aniooo

@timemuseum 사소설의 탄생은 정치의식의 패배와 맞물려 있다고 봅니다. '세상과 싸워나가는 내면'이 아닌, '세상에 패배한 후의 '나'를 지탱하기 위한 내면'이라고 할까요? '갈등의 포기'가 전제돼 있다고 할 수 있겠죠.

2011-01-13 12:50:24
@timemuseum

@aniooo 네, 그런 면이 있을 듯.

2011-01-13 12:52:00
柳美里 @yu_miri_0622

私の場合、プロットは内蔵していないし、プロットに従って書いた小説は1、2作しかありません。「毎夜毎夜不可解な夢を見ています。夢の中には常識や倫理は存在しない。夢の領域にまで降りていかないと、私は書けない」(柳美里/1999年・三國連太郎との対談で出た発言)RT @aniooo

2011-01-15 16:31:04
安 天 @aniooo

【訳】나는 플롯을 내장하고있지않으며,플롯에 맞춰 쓴 소설은 한,두개뿐."매일밤 불가사의한 꿈을꾼다.꿈속에 상식이나윤리는 존재하지 않는다.꿈의영역까지 내려가지않으면 난 못쓴다."-유미리 99년 미쿠니와의 대담 RT @yu_miri_0622: プロットは内

2011-01-15 17:13:03
安 天 @aniooo

@yu_miri_0622 僕は小説を書いたことがないので詳しくはわかりませんが、プロット構想なしで小説が書けるというのは、ある種の憑依状態というか、意識できない自分の領域に心身を委ねることで文章を綴ることではないかと考えちゃうんですが、これとはまた別の感覚でしょうか。

2011-01-15 16:3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