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판별위원회

정재승 교수님이 '신동판별위원회'에 참여했던 일화로부터 신동과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영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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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 Jaeseung Jeong, Ph.D @jsjeong3

4년전쯤 신동판별위원회에 참여한적이있다. 송유근같은 신동을 국가적차원에서 관리하겠다며 구성된 위원회. 하는일은 초등3학년 이하 어린이중 대학생의지적능력을 가진 "신동"을 선발하고지원하는 일이었다.

2010-08-22 10:31:35
정재승 Jaeseung Jeong, Ph.D @jsjeong3

전국의 내노라하는 신동들이 모두 모였다. 미분방정식을 푸는 초등3학년, 멕스웰의법칙을 이해하는 초등2학년, 4년간 동식물관찰일기로 동식물에 대해 빠삭한 초등3학년. 세상엔 정말 똑똑한 어린이들이 많았다.

2010-08-22 10:34:04
정재승 Jaeseung Jeong, Ph.D @jsjeong3

나역시 3시간 수업을 통해 가장 뛰어난 신동에 대한 리포트를야제출해야했다. 먼저 자신을 소설이나 동화, 혹은 만화속 인물에 비유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볍게 가졌다. 아이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읽은 작품이 거의없었다.

2010-08-22 10:38:15
정재승 Jaeseung Jeong, Ph.D @jsjeong3

동화속 인물에 자신을 비유해보라고 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애들이 속출했다. 그러자 한 아이가 큰소리로 얘기한다: 얘들아, 네 정체성을 먼저 규정해봐. 그리곤 동화속 인물 안에서 그런 정체성의인물을 찾아봐! 다시 애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2010-08-22 10:40:51
정재승 Jaeseung Jeong, Ph.D @jsjeong3

또다른 아이가 묻는다: 정체성이 뭐야? 그랬더니 먼저 아이가 대답한다: 넌 정체성이 뭔지도 모르냐? 아.이.덴.터.티! 아휴, 멍청해. 이것이 미분방정식을 푸는 초등학생들간의 대화였다. 나는 무척 혼란스러웠다.

2010-08-22 10:43:18
정재승 Jaeseung Jeong, Ph.D @jsjeong3

다시 수업 진행: 학원/과외에서 선행학습으로 배웠을리 없는, 내가 만든 문제들을 내보았다. 상황을 주고 해석능력/대처능력을 보는 문제. 다시 아이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들중 부모에의해 "만들어진 신동"들은 생전처음보는 문제에 겁을 먹었다.

2010-08-22 10:48:19
정재승 Jaeseung Jeong, Ph.D @jsjeong3

결국 선행학습으로 길러진 신동이 아닌, 지식은 부족하지만 가능성있는 신동 6명을 골랐다. 대학수준의 지적능력은 아니지만, 고등학교 수준은 충분히돼 보였다. 인간에 대한 예의와 학문에 대한 열정이 있는 애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눈빛이 진지했다.

2010-08-22 10:54:02
정재승 Jaeseung Jeong, Ph.D @jsjeong3

신동판별위원회 마지막 회의날, 정부에 올릴 보고서에 대해 논의했다. 우리의 제안: 1. 이들을 신동이라 부르지말것. 그 순간 언론이 주목하고, 특권의식이 생겨 아이에게 해로울수있으니. 2. 대학교수가 개인사사를 하도록 할것.

2010-08-22 10:57:20
정재승 Jaeseung Jeong, Ph.D @jsjeong3

3. 이 혜택을 한두명의 소수가 아니라 좀더 많은 어린이들이 받을수있도록 재원을 확충할 것. 4. 과학신동에만 한정하지 말고 다양한 능력으로 관점을 넓힐 것. 5. 인격적인 성숙을 위한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할 것.

2010-08-22 11:00:09
정재승 Jaeseung Jeong, Ph.D @jsjeong3

그러나 우리의 보고서는 채택되지 못했고, 이 일은 흐지부지되다가 결국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신동을 뽑아 국가가 관리한다는 실적을 포기하고, 신동이란 말을 써선 안 된다고 하니, 정부가 좋아할리가 없었다.

2010-08-22 11:02:11
정재승 Jaeseung Jeong, Ph.D @jsjeong3

신동판별위원회란 얼핏 보기엔 무시무시한 국가위원회지만, 이런 이름이 아니더라도 고등학교수준의 지적 능력을 가진 초등학생을 위한 국가적 배려가 필요라긴 하다. 그들의 가장 큰 문제는 학교생활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

2010-08-22 11:04:42
정재승 Jaeseung Jeong, Ph.D @jsjeong3

학교수업은 따분한 수준, 친구들이 하는 짓도 유치하게 보이고, 애들은 이런 신동을 재수없다 생각해 왕따시키고... 그러다보니 하루의 절반이상을 허송세월하는 애들에게 얘기가 통하는 사람, 지적관심을 유지할수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2010-08-22 11:08:58
정재승 Jaeseung Jeong, Ph.D @jsjeong3

국가가 해야할 일은 이들을 "행복한 인재"로 키우는 일. 특정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정신적인 균형은 맞춰주는 일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격리교육은 적절하지도 않다. 결국 그들이 함께 살아가여할 사람들은 바로 같은 반 친구들 같은 사람들이니까.

2010-08-22 11:11:41
정재승 Jaeseung Jeong, Ph.D @jsjeong3

그후 이 제도가 흐지부지되면서, 내수업을 인상깊게 들었던 신동들과 그 부모가 나를 찾아왔다. 우리 애를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미국으로 이민이라도 가야할것같다고. 참으로 난감한 노릇이었다.

2010-08-22 11:13:30
정재승 Jaeseung Jeong, Ph.D @jsjeong3

뛰어난 신동을 가르친다는 것은 교육자에겐 아무나 얻을수없는 큰 보람. 초등 1학년인 우리애가 덧셈과 뺄셈을 헤매는 걸 보면서, "아 그들은 진정 신동이었구나!" 하고 날마다 탄성한다.

2010-08-22 11:19:15
정재승 Jaeseung Jeong, Ph.D @jsjeong3

우리애를 키우면서 느끼는 건, 선행학습으로 길러진 애들이라고 절대 무시해선 안 된다는 것. 선행학습을 충실히 수행하고 받아들일수있는 것도 대단한 능력. 받아들이 못하는 애에게 무리하게 진행해 관심마저 빼앗는 것이 문제.

2010-08-22 11:28:49
정재승 Jaeseung Jeong, Ph.D @jsjeong3

그렇다고 신동이 평준화의 희생양은 아니다. 신동/영재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은 평준화교육의 중요한 보완시스템. 우리가 부러워하는 미국은 실상 우리보다 평준화지수가 더 높은 나라, 즉 학교안에서 학생간 학력차가 학교들간의 학력차보다 더큰 나라다.

2010-08-22 12:01:04
정재승 Jaeseung Jeong, Ph.D @jsjeong3

소수를 위한 영재교육, 사관학교식 신동교육은 제대로 수행되기도, 깊은성과를 담아내기도 어렵다. 태능선수촌에서 축구선수를 키워 월드컵에서 우승하겠다는 식의 전략을 모든 교육에 적용하면 안될일. 미국은 영재가 상위 30%, 우리나라는 2%.

2010-08-22 12: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