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20 <아카시 세이쥬로 생일 축하해>

미도리마 신타로 @Midorima_krb

@Akashi_krb 확실히 선물을 보낼 때 타카오도 그런 말을 하기는 했었지. '이 방법이라면 확실히 기억에 남을걸!' '해봐!' 라고 말하면서 눈을 빛내던데. 허나 거절한다. 네 기억에 그런 식으로 남는 건 사양이라는 것이다.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Midorima_krb 헤에. 그런 어떤 식으로 남고 싶은 거야? 예를 들면.

미도리마 신타로 @Midorima_krb

@Akashi_krb 그, 그런 걸 그렇게 재미있어하는 말투로 묻지 말라는 것이다! 무슨 대답을 바라는 거냐, 너는! 그러니까, 내 말은, 네 기억 속에 어울리지 않는 장난이나 치는 엉뚱한 인간으로 남고 싶지는 않다는 이야기였다고!

무라사키바라 아츠시 @Murasaki_krb

아카칭 생일 축하해~ 지금 케이크랑 아카칭 생일축하를 할 건데 위에 뭐라고 적었으면 좋겠어? 초코펜 많이 사왔어! @Akashi_krb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Midorima_krb 그렇게 필사적으로 항변할 만큼 부끄러운 질문이었나?

미도리마 신타로 @Midorima_krb

@Akashi_krb 다, 당연하지!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 갑자기 질문을 던지면 인간은 누구나 당황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애초에 그런 건 왜 묻는 거냐? 내 대답을 확인해야 할 정도로 네 안에서 내 이미지가 애매했었나?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Murasaki_krb 아. 고마워, 아츠시. 내 생일을 축하하고 케이크는 네가 먹는 거야? 어쩐지 케이크를 먹을 만한 구실이 된 것 같은 기분인걸. 문구는 가급적이면 평범한 걸로 부탁해.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Midorima_krb 아니. 자신이 직접 정리해서 말하면 어떤 형태가 되는지 궁금했을 뿐이야. 별로 소득은 없었지만.

무라사키바라 아츠시 @Murasaki_krb

@Akashi_krb 교토까지 케이크를 보낼 순 없으니까 아쉽게도 이건 내가! 그럼 여기에 소원 같은 거 적어도 돼? 생일에는 아카칭이 거대 초코 마이우봉을 사주세요. 같은 거?

미도리마 신타로 @Midorima_krb

@Akashi_krb 네가 지금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그렇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군. 어찌됐든 나는 저런 장난은 안 해.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Murasaki_krb 그 긴 내용을 케이크의 빈 공간에 전부 쓸 수 있을까. 소원의 내용은……굳이 뭐라고 하지 않는 게 나을 것 같고.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학교에 오자마자 정신없는 축하 세례를 받았다. 머리를 만진다거나 하는 건 좋아하지 않지만, 분위기상 그냥 미소로 답해 줬어. 책상 위에 선물 같은 걸 두고 간 사람도 있는데, 어디서 급하게 사온 듯한 초콜릿 바가 놓여 있는 건 조금 우스운걸.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세이쨩은 오늘 회의실에 절대 들어가지 말기, 절대로! 꼭! 갑자기 무슨 회의라도 한다고 하면 회장 권한으로 미뤄야 돼, 약속♥】 ……역시 이건 별로 숨길 생각이 없는 거겠지. 일단은 알았다고 해 뒀어. 무슨 생각일까.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생일이라는 이유로 들떠서 해야 할 일에까지 지장이 생기는 건 원치 않아. 어쩐지 당사자인 나를 빼고 전부 그런 건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 같지만. 적당한 선에서 끝나기를 바랄 수밖에. 난 생일을 마음 편하게 보내고 싶으니까.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음.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갔어.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회의실에서 무언가를 꾸미고 있는 것처럼 군 건 눈속임이었어. 애초에 궁금한 마음이나 관심이 없었으니까 눈속임이라는 말이 적절치는 않지만, 진짜 준비한 건 라커룸에 있었어. 경계심을 풀기 위해서였을까.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아무튼 라커룸 앞에 섰을 때 어딘가 낌새가 묘해서, 이건가 싶은 느낌이 들더군. 나름대로의 각오를 하고 문을 열자마자 머리에 반짝이는 장식 같은 게 날아왔고, 피하려고 뒷걸음질쳤지만……두세 발이 연이어 날아온 탓에 그러지 못했어.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결국 생일 축하한다는 환호과 함께 안으로 끌려들어갔는데, 서프라이즈 파티라는 이벤트 자체보다는……안에 가득한 장식들이 일반적인 남자 고등학생의 미감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 더 놀라웠을까.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애초에 서프라이즈라고 할 수도 없었지만……아무튼 레오가 굉장히 자랑스러운 얼굴로 「회의실은 맥거핀 같은 거였어」라고 했는데, 맥거핀이라는 말을 써 보고 싶었던 것 뿐인 게 아니냐는 말은 굳이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더군.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그 다음은 그다지 고르지 못한 서체로 <아카시 세이쥬로 생일 축하해> 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 케이크를 가져왔고, 일단 고맙다고 하고 초를 불어 끈 것까지는 괜찮았다. 음, 그런데 애초에 이런 식의 왁자지껄한 파티가 평화롭게 끝날 리 없지.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에이키치가 억지로 쓰고 있었던 듯한 고깔모자를 벗어서 나한테 덮어씌운 것까지는 별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그 다음은 레오가 「세이쨩, 미안!」이라는 말과 함께 팔을 붙잡더니, 코타로가 케이크를 들고 돌진해왔어.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생일 파티에서 케이크를 얼굴에 덮는 장면이라면 클리셰에 가깝고, 본 적도 많아. 어쩌면 이런 걸 준비한 노력을 생각해서 한 번쯤 당해줄 수도 있었지. 하지만 아무리 나라도 순간적으로 날아오는 걸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있었을 리 없잖아?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내가 겨우 팔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 정도로 그걸 피하지 못할 거라 여긴 점은 조금 실망스럽지만, 아무튼 난 그걸 피했고, 당연히 그 케이크는 뒤에서 날 붙잡고 있던 레오의 턱 부근에 직격했어.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아수라장이었지. 아마 보다 못한 내가 말리지 않았다면 코타로와 레오의 사투 끝에 생크림 범벅의 라커룸이 됐을 거야. 심각한 분위기라기보다는 다들 웃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결국 레오가 생크림 묻은 손으로 선물상자를 집지 못해서 어떻게 하냐고 툴툴대는 동안, 에이키치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신 집어서 나에게 건넸어. 내게 어울릴 만한 걸 찾았더니 다같이 돈을 모았는데도 재정파탄이라며 볼멘소리를 하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