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gicscri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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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작품을 접하면 접할수록 작품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의 행동패턴, 특히 미소녀 러브코미디의 색깔이 강한 경우 히로인들이 나중에 보여줄 모습에 대해서는 완전히 예상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사실상 패턴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2011-11-10 21:49:43얘도 어차피 츤츤데레데레하겠지, 얘도 어차피 팬티 보여주겠지, 귀여운 짓 하겠지, 애교 떨겠지, 벗겠지, 기타 등등... 작품의 분위기까지 파악할 수 있다면 앞으로 어느 정도 선까지 나올지, 어떤 스타일로 나올지도 대부분 예측이 되기 마련입니다.
2011-11-10 21:51:31독자들이 무엇을 보여주면 기뻐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작가들도 다 알고 있기에(그리고 작가들도 독자들과 큰 차이는 없기에) 작가들은 그런 뻔한 전개를 준비해둡니다. 그리고 독자들은 그렇게 약속된 전개가 나오는 걸 보고 만족합니다.
2011-11-10 21:52:04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게 구태의연하고 식상한 것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패턴은 오히려 우리들이 안심하고 마음 편히 작품과 캐릭터를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요소로서 작용합니다.
2011-11-10 21:52:32'츤데레'라는 속성이 성립하는 건 독자(혹은 플레이어)가 츤데레히로인의 속마음을 뻔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얼굴을 붉히며 '차, 착각하지마! ~~니까!'라고 말하는 츤데레의 속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귀엽다고 느끼게 됩니다.
2011-11-10 21:53:11이와 같은 '뻔함'은 우리들이 '모에'를 느끼기 위해 꼭 필요한 장치가 되어줍니다. 민폐계열, 폭력계열 히로인은 걔네들이 결국 주인공(=나)이 좋아서 데레데레할 거라는 걸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성립할 수 있는 거고 용서될 수 있는 거죠.
2011-11-10 21:54:47하지만 그렇게 히로인들이 예측하기 쉬운 존재가 될수록, 많은 작품을 접하고 많은 히로인을 만날수록, 모에에 익숙해질수록... 우리가 작품에서 느끼는 감정은 요즘 강조되는 '연애요소'가 본래 주어야 하는 감정에서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2011-11-10 21:59:22얘는 어떤 마음일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다음에 어떻게 행동할까... 마치 실제 연애와도 같은 두근거림, 그리고 안타까움을 유사체험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듭니다. 조마조마하지도 않고 답답하지도 않고, 상대방에 대해서 궁금해지지도 않습니다.
2011-11-10 22:01:24이런 감정은 앞서 말한 패턴적인 모에에서 느낄 수 있는, 안심하고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쾌락적 '재미'하고는 상당히 거리가 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감정 또한 분명히 연애의 '재미' 중 일부입니다.
2011-11-10 22:03:37그리고 그런 감정이 있었기에 예측할 수 없던 관계가 진전되었을 때의 기쁨이 성립합니다. 궁금함이 있었기에 알아나가는 재미가 있고,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것 같아 조바심을 느꼈기에 가까워지는 감동이 있습니다.
2011-11-10 22:07:33'연애요소'를 강조하는 풍조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작품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라이트노벨은 다양한 유사체험, 대리만족을 하게 해주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쪽에 대해서는 몇년전에 잠깐 반짝했을 뿐 부실합니다.
2011-11-10 22:13:02그런 의미에서 오늘 읽은 『東雲侑子は短編小説をあいしている』이란 작품은 이와 같은 재미를 오랜만에 느끼게 해준, 제 자신이 마치 미묘한 관계에 있는 소녀와의 관계에서 고민하는 소년이 된 것처럼 다양한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2011-11-10 22:16:55이렇게 개그도 없는, 러브코미디라고는 할 수 없는 연애소설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일반소설로 나오는 게 더 어울렸을듯'이라고 평합니다만, 저는 그런 의견에는 반대합니다.
2011-11-10 22:21:11라이트노벨이란 다양한 장르를 커버할 수 있는 '큰 그릇'이고, 일반소설이라면 가질 수 없는 새로운 매력(일러스트와의 조화도 해당됩니다)을 부여할 수 있는 형식이 라이트노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충분히 라이트노벨이었습니다.
2011-11-10 22:24:12트렌드하고는 무관하게 이와 같은 작품이 계속해서 창작되어 독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진 일본 라이트노벨의 포텐셜을 새삼스럽게 실감하면서, 오늘의 감상문을 마칩니다. http://t.co/nP7L5bmf
2011-11-10 22:2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