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16 경로의 날 ＆ 아카시 복귀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좋은 아침. 밤새 내리던 비가 아직도 그치질 않았어. 천둥도 몇 번 쳐서, 창문 흔들리는 소리에 잠깐 잠을 깨기도 했지. 피곤한 월요일이지만, 태풍이 지나가면 금방 맑아질 거야.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그럼 회의 준비를 해야 하니 이만. 시간이 비면 다시 올 거야.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회의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이야. 경로의 날이라고는 해도 특별한……아니. 이건 별로 중요한 얘기가 아니니 접어 둘까. 사실 매 주 하고 있는 정기 회의에서 꺼내야 할 안건까지 처리하려고 했지만, 공휴일이라서 다들 의욕이 안 나는 눈치였어.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었다면 모르겠지만, 글쎄. 아마 점심을 먹을 때쯤엔 본가에 있을 거다. 그래야 하는 날이니까.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일종의 연례 행사라고 해야 할까. 코타로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조부모님 댁에 간다며 주말 연습 때 온갖 추억담을 늘어놓았어. 난 가만히 듣고 있었지만, 레오는 잡담하는 시간이 아니라며 화를 냈지. 그 둘은 내가 오늘 본가에 간다는 걸 몰라.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준비할 게 많지는 않지만, 일단은 여유를 부릴 만한 상황이 아닌가. 점심 때까지는 계속 바쁠 거야. 나중에 올게.

미도리마 신타로 @Midorima_krb

비가 무섭게 오는군. 이런 날이 공휴일이라는 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타카오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더니 '평일이었으면 학교 쉬었을지도 모르니까 이건 손해다' 라고 하는데…… 이해가 안 되는 사고방식이라는 것이다.

미도리마 신타로 @Midorima_krb

어쨌든 오늘 나는 집에서 피아노 연습이나 할 생각인 것이다. 시끄러운 빗소리를 조금이라도 잊을 수 있게 말이지. 악보를 좀 찾아봐야겠어. 추천하고 싶은 곡이 있다면 받도록 하겠다.

미도리마 신타로 @Midorima_krb

잠깐, 잠깐. 추천해달라고는 말했지만 벌써 열 곡이 넘었다는 것이다. 내가 피아노를 치는 게 간만이라는 걸 좀 고려해줬으면 좋겠군. 일단 추천받은 곡들은 다 적어두었다는 것이다.

미도리마 신타로 @Midorima_krb

점심을 먹다가 뉴스를 봤다만, 역시나 날씨가 심각하군. 신칸센이 멈추는 상황이라니. ……걱정이 좀 되는데.

무라사키바라 아츠시 @Murasaki_krb

하…. 태풍인지 뭔지, 창문이 부서질 것 같아서 제대로 못 잤어. 지금은 조금 괜찮네. 쉬는 날이라서 이불 속에서 실컷 잤는데, 방에 무로칭이 찾아왔었나봐.

무라사키바라 아츠시 @Murasaki_krb

태풍을 커다란 젓가락으로 빙글빙글 저으면 사라지지 않을까.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돌아왔어. 몇 시간 사이에 무척 지친 기분이야. 기분이 안 좋다고 말씀드리고 방에 왔는데, 아무도 지내는 사람 없이 최소한의 관리만 하고 있어서인지 조금 살풍경하네.

미도리마 신타로 @Midorima_krb

@Akashi_krb 도쿄에 온 건가. 올해는 거리도 있고 하니 교토에서 보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Midorima_krb 안녕, 신타로. 오랜만이네. 확실히 조금 번거롭기는 했지만, 그렇게 넘어갈 수 있을 만한 일이 아니었어. 길게 설명하지는 않을게.

미도리마 신타로 @Midorima_krb

@Akashi_krb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전혀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을 텐데 용케도 왔군. 게다가 오늘 안에 다시 돌아가야 할 텐데 말야.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Midorima_krb 교토는 역이 침수되고 피난 발령이 내려질 정도로 아수라장이었어. 다행히 열두 시가 넘어서부터는 기상상황이 좋아져서, 이타미에서 한 시 비행기를 타고 하네다에 도착했을 땐 두 시가 넘어서였나. 고생은 좀 했지.

미도리마 신타로 @Midorima_krb

@Akashi_krb 그건 나도 뉴스에서 보았다는 것이다. 이쪽도 바람이 엄청났지. 덕분에 내일 연습 일정이 틀어질까 가슴 졸였는데 날이 개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참이었어. 어쨌든 모처럼의 휴일인데 제대로 쉬지도 못하겠군. 언제쯤 돌아갈 예정이지?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Midorima_krb 얼굴만 비추고 바로 돌아갈 생각으로 왔지만 지금은 마음이 바뀌었어. 그렇다곤 해도 저녁 비행기로 돌아가야 하지만. 일곱 시 정도일 거야.

미도리마 신타로 @Midorima_krb

@Akashi_krb 일곱 시라면…… 고작 세 시간 정도잖아. 아니, 이젠 세 시간도 안 남았다는 것이다. 이미 휴일이 아니잖아. 늘 생각하는 거지만, 네 스케쥴은 언제나 살인적이군.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Midorima_krb 그런 셈이지. 학생회 회의 때문에 아침엔 학교에도 다녀와서 그런지 사실 휴일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아. 너는?

미도리마 신타로 @Midorima_krb

@Akashi_krb 비바람 덕분에 시간이 남아 돌아. 원래는 단체훈련이 계획되어 있었는데 취소했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피아노라도 쳐 볼까 싶어서 방금 전까지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는데, 손 움직임이 많이 둔해졌더군.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Midorima_krb 휴일에 집에서 피아노, 인가. 여유로워서 좋은데. 그러고 보니 네 특기가 피아노라는 걸 한참동안 의식하지 않고 있었어.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의식할 필요가 없었지. 최근 들어서는 좀처럼 치지 않나 보네.

미도리마 신타로 @Midorima_krb

@Akashi_krb 보는 입장에서야 여유롭겠지만 치는 나는 제법 초조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악보를 외워서 쳤던 곡인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니……. 최근에는 슛 연습만 하느라 피아노엔 거의 손을 안 댄 탓이지만.

아카시 세이쥬로 @Akashi_krb

@Midorima_krb 매사에 모든 노력을 다하는 걸 모토로 삼고 있는 네가 어떤 면에서 퇴보하는 걸 보게 되는 건 별로 유쾌하지만은 않은데. 그 대신 슛의 성공률이나 범위가 상승했다고는 해도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