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내일은 없다_마지막

2014-08-26~2014-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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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네 손으로 끝내줘서 기뻐. 녀석에게 난도질 당한 내 시체를 안겨주지 않을 수 있어서, 녀석의 눈 앞에서 피투성이로 죽지 않을 수 있어서, 또... 녀석을 위해서 죽을 수 있어서 기쁘다. 녀석이 내게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는 나도 모르겠지만.

2014-08-31 00:15:03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최소한 이게 겨우 의미 없는 총 한 방에 날아가는 목숨과는 의미가 틀리잖아? 내가 선택한 끝을 맞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

2014-08-31 00:16:40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너는 아마 잘 해줄 거라고 생각해. 오히려 나는 도망치는 거겠지. 녀석에게도. 사과...해야 하는데.

2014-08-31 00:21:15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내밀어진 독약과 총 하나. 양손에 든 놈의 말은 간단했다. 처음부터 놈이 아오미네를 조종하여 쉽게도 이쪽의 구미에 맞는 일을 벌였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고, 녀석 역시 내 시야를 예상하고 있었다. 긴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2014-08-31 00:23:27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녀석의 목을 쏴서, 토오의 목을 완전히 잘라내어 진짜 최고의 자리를 닦을 것인가, 그럴 각오가 되어 있는가? 자기 자신을 버릴 각오까지로 나아갈 수 있는가? 아니라면 지금 여기에서 스스로 모든 것을 놓을 것인가?

2014-08-31 00:25:32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아오미네 다이키를, 아오미네 다이키의 카사마츠 유키오를 죽일 것인가. 아니라면 여기 이 자리의 카사마츠 유키오를 죽일 것인가. 나는 소리 내어 웃고 싶을 정도로 유쾌한 기분을 느꼈다. 이렇게 너도 똑같이 선택을 했겠지.

2014-08-31 00:27:59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역시 내가 어른이긴 한가 봐. 다이키.

2014-08-31 00:29:22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아오미네 다이키를 보호 해줄 것.

2014-08-31 01:44:55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그가 지게 만든 원한들은 제대로 끊게 만들 것. 만약 그의 쪽에서 덤비는 경우가 있다면, 그 경우만을 제외하고 반드시 이행해줄 것.

2014-08-31 01:48:17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그렇게 약속을 받아내고서 나는 독약을 간단히도 먹었다. 죽음에 이르게 할 독약이 겨우 한 모금에 넘어가는 기분은 묘했다. 천천히 집을 나온 내 코트의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자 차가운 핸드폰의 감촉이 손 끝에 닿았다.

2014-08-31 01:50:39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우린 처음부터 여기까지였던 거지. 한계가 있었던 것치곤, 나름 잘 했어. 나 치고는 열심히 했지. 뭔가 바뀔 수 있을 것 같이. 네가 정말로 좋았어. 네겐 말하지 못 했지만 날 위해서,라는 말에 화를 내면서도 추악하게 기뻤어.

2014-08-31 02:01:15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그리고 한편으론 어른이 되지 못 하는 내가 부끄러웠다. 네게. 결국 널 상처 입힌 것은 나고. 사실 그런 화를 내면서도 지금 이 끝까지 네게 기대지 않는 것은 내가 감당하지 못 하는 것들을 알게 될까 봐 두려운 이기적인 마음에서야.

2014-08-31 02:02:49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변명은 그만하자. 걷는 걸음은 느긋하다고 말해도 좋았다. 손가락 사이에 담담히 걸려 있는 핸드폰을 지금 당장이라도 누르면, 너와 연결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나 잔인하고, 놀라운 일이 되었다. 입술을 악물었다. 속에서 무언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

2014-08-31 02:12:50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보고 싶다. 결국 그 생각까지 가자 무너지는 것처럼 꽉꽉 감정을 막아 누르고 있던 막이 터져 흘러넘쳤다. 입술을 깨물어도 눈시울이 뜨겁게 달아올라 시야가 흐려졌다. 삶에는 애착이 없는 척했다. 그런 척 연기를 했다.

2014-08-31 02:27:38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애착이 있으면 뭘 어쩔 거야. 그럼 조금이라도 달라져? 삶의 방향이든, 지금 내린 이 결말이든 과연 달라졌을까? 절망적으로 이미 달리기 전부터 정해져 있는 골을 향해 나아가는 인생에서 의지라거나, 애착을 보이는 멍청이가 되기 싫어서 눈을 감았던 거야.

2014-08-31 02:30:32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나 역시 애라고 하겠지. 너라면. 그러니까 네겐 말하지 않고 갈 거야. 네가 아주 조금이라도 내가 사라졌다는 것을 늦게 알고, 아주 조금이라도 나를 늦게 알게 된다면 좋겠다. 내가 네게 화를 낸 똑같은 이유로 똑같은 죄를 네게 짓게 될 줄은 몰랐지만.

2014-08-31 02:41:44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그만. 하자. 네게 상처를 더 주지 않을 말을 남겨볼까 생각하면서 내 걸음은 착실히 나아가고 있었다. 도착한 곳에서 숨을 크게 몰아쉬고, 다시 돌아올 일 없을 거라 생각한 내 모교. 너와 처음 만난 곳의 밤 풍경을 욱신거리는 시야에 담았다.

2014-08-31 02:48:43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후회하진 않을 거야. 네가 그랬던 것처럼 난 네 생각으로 가득 차서 너 외에는 볼 수 없었던 이기적인 사람이었을 뿐이야. 그러니까 이제는 그만두자. 정해진 결말이 기다리는 레일을 달리는 건 이제 그만하자.

2014-08-31 02:50:36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걷는 다리는 납으로 굳어가는 것처럼 삐걱이며 밤에 묻힌 교사를 오르는 발걸음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천천히, 천천히. 한 발 한 발이 기억의 위를 걷는 것처럼 무수했던 내가 매번 지금 내 곁을 스쳐 지나간다.

2014-08-31 02:58:27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불 꺼진 체육관엔 네 농구화의 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우리가 쓰던 탈의실은 무언가에 막혀 있었다. 흐려진 판단력은 그저 장애물을 밀치도록 만들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이 온몸이 휘청거렸다. 보고 싶다. 네가.

2014-08-31 03:06:29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마침내 긴 여정을 끝내고 돌아온 집처럼 차가운 탈의실은 나를 깊은 냉기로 안았다. 충분히 편안했고, 충분히 네 잔향이 떠돌았다. 전부 충분해. 더 없이 완벽한 골인 지점이다.

2014-08-31 03:07:57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저기 멀리서 네가 걸어 들어오는 것 같은 환상이 자욱한 먼지 사이로, 깊게 깔린 어둠 위로 내가 따라온 빛처럼 한 줄기씩 비쳐 결국 나는 울음에 웃음을 함께 토해냈다. 웃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자신이 없었지만 어떻게든,

2014-08-31 03:16:36
카사마츠 유키오 @Kasamatsu_54bot

내 아름다운 끝을 만들어준 네게도 부디, 어떻게든, 어떤 식이든 망설임 없는 눈부신 끝이 올 수 있기를.

2014-08-31 03:1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