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막 Into the sunset

회계하는 유다의 장부봇 아카이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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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하는 유다 @JudasLedger_jcs

점차 굵어지는 비에도 아량곳 없이 꼿꼿이 선 당신은 처음 만나는 사람을 향해 저를 소개하는 듯 한 모양새로 자신의 가슴께에 손을 올렸다. "우리는 망령들이다. 원하는 것을 얻으면 사라질."

2017-04-08 00:23:13
회계하는 유다 @JudasLedger_jcs

그래서 내게 숨기려 하셨습니까? 질문은 또다시 목 뒤를 간지럽히다 다시 내장 깊이 모습을 감춘다. 아직도 난 당신 뜻을 알 수 없어. 사제도, 왕도, 당신 목을 죄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지금이라면 퍽 이해하기 좋을거라 생각했다.

2017-04-08 00:35:29
회계하는 유다 @JudasLedger_jcs

무리한 일이다. 당신의 요령없음을 납득할 수 없다. 부질없는 말도, 행동들도, 미련도, 왜 밝혀질 줄 알면서도 끝끝내 내게 침묵을 지켰는지도. 당신도 날 이해하지 못하겠지. 그러니 이해하는 일 대신, 당신이 원하는 것을 주기로 했다.

2017-04-08 00:40:25
회계하는 유다 @JudasLedger_jcs

"사랑해." 당신도 이미 알고 있을 식상한 말 한마디 "■■■." 그 완성되지 않은 말의 끝에 나는 그가 가진 이름을 덧대었다. 당신의 눈이 둥글게 떠졌다. 뻔하기 짝이없을 클리셰 뒤에 붙여지는 의외성은 모든 창의성없는 이들의 마지막 발버둥이다.

2017-04-08 00:50:25
회계하는 유다 @JudasLedger_jcs

놀라는 모습에 짧게 웃음이 터졌다. 내가 당신 이름 하나 기억을 못할거라 생각했겠죠. 유감스럽게도 이번의 대화는 나 혼자 만들어낸게 아닙니다. 내 등을 떠민 선동가가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나는 당신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2017-04-08 00:51:42
회계하는 유다 @JudasLedger_jcs

"그러니 그냥 날 사랑한다고 말해."

2017-04-08 00:52:57
회계하는 유다 @JudasLedger_jcs

당겨안은 몸은 꿈이 아니기에 따뜻했다. 당신은 기어이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 울음이 기꺼워 일그러진 입가에 입술을 묻었다. 나를 잊으면 당신은 내게 더이상 미소를 짓지 않으실까? 그제서 나 또한 늦은 울음을 토했다.

2017-04-08 01:01:42
회계하는 유다 @JudasLedger_jcs

아, 나는 결국 그 흩어질 신기루마저, 기억하지 못했던 그 시간을 모두 그리워 했노라고. 긴긴 밤, 부풀어 오르는 사고에 파묻혀 잠들지 못하던 이유는 뻔하디 뻔한 감정을 깊숙한 저변에 깔고서 당신도, 나도. 그저, 때늦은 열병을 앓던 것 뿐이라고.

2017-04-08 01:03:22
회계하는 유다 @JudasLedger_jcs

남자는 닫힌 눈 밖이 성가실 정도로 밝다고 느꼈다.

2017-04-08 07:10:01
회계하는 유다 @JudasLedger_jcs

그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정확히 햇빛이 커튼을 두드리는 아침 7시쯤 이었다. 날이 맑아 창가의 햇살은 고운 색으로 빛이 났고, 그동안 안고 있던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된 마냥 개운했다. 평소 수면부족으로 괴로워하던 그는 근래 처음으로 머리가 맑았다.

2017-04-08 07: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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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침이라면 회사를 가려 일어나는 일도 그리 고역스럽지는 않으리라. 망각이 가미된 짧은 착각을 하던 그는 크게 어려움없이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주워든 셔츠에 팔을 꿰며 방밖을 나섰다.

2017-04-08 08: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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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셔츠를 입은 그것, 아니 남자가 그를 맞이했다. 굽이친 검은 머리카락을 한데 묶은 모습이 괜스레 낯설면서도 낯익었다. 날이 좋았던 탓일까, 그는 어울리지 않게도 남자를 향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입니다."

2017-04-08 08:03:13
회계하는 유다 @JudasLedger_jcs

이어지는 인사. "좋은 아침이에요." 멋쩍게 지어지는 웃음에 화답하듯 남자는 그를 향해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문득 남자의 곱게 접힌 눈가에 물기가 배어있다고 느꼈다. 당신의 예슈아는 희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유다."

2017-04-08 08:10:14
회계하는 유다 @JudasLedger_jcs

* '회계하는 유다의 장부 봇' 의 메인스트림 3부가 종료되었습니다.

2017-04-08 08:11:13
회계하는 유다 @JudasLedger_jcs

나무 책상 위에, 잔뜩 헤져있지만 손 때가 타 반질거리는 가죽책자가 눈에 띈다. 누군가가 그 위에 바랜 색의 작은 노트를 올려놓고, 떠난다. 해가 기울어 그늘진 방안으로 봄볕이 든다. * Into the sunset fin

2017-04-08 12:2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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