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vlehan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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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애니메이션 판에 대한 불만은 주로 캐릭터 디자인/도안에서 비롯되고, 원작이 예쁜 그림이면서 그러한 내용이었다는 것이야말로 아이러니한 매력인데 그것을 망쳤다는 의견이 많으며, 아닌 게 아니라 저도 그 의견에 꽤 공감하지만,
2013-04-24 03:25:59@_mrp__ 애니메이션의 디자인도 아주 멋지다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모에 요소는 나쁘고 그것이 사라졌으니, 진지한 내용에 더 어울리겠지"따위의 견해가 아니라 <<원작 그림체에 있던 장점을 버리고, 영상물로서 애니판이 택한 방법으로 획득한 장점이란-
2013-04-24 03:26:19@_mrp__ -무엇일까?>>를 나름대로 풀어보려 합니다. 가장 잘 보이는 불만으로 '못생겼음, 배우는 예쁜데 그림을 못 그렸네'가 있네요. '상업 애니메이션은 팔리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캐릭터가 무조건 예뻐야 하는 건 어쩔 수 없음' 에는-
2013-04-24 03:35:26@_mrp__ 유통 과정에 대한 애니의 제작의의적 입장으로 무로이 야스오씨께서 좋은 말씀해주신 것을 링크할게요. http://t.co/5nbzOHWQTs 또 제작자들의 적극적인 인터뷰 공개 등으로 밝히고 있듯 "현재 애니의 표현방식이-
2013-04-24 03:37:16@_mrp__ -원작자의 흔쾌한 동의하에 진행됐다"와 "양자가 진지한 자세로 작품에 임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지요. 어저께 <악의 꽃>애니판을 본 저의 감상은, 선의 형태나 강약에서 취향이 확 갈릴지언정, 아주 잘 그려진 그림이며-
2013-04-24 03:40:53@_mrp__ -못생겨 보이는 이유가 '서투른 그림이기에'는 아니었습니다. 움직임만을 베끼는 것이 아니라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실사의 동화상을 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형태로 결정하는 식이어서 이 과정에도 그리는 이의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사람이 아니면
2013-04-24 03:41:39@_mrp__ -작업이 되질 않아요. 그런 면에서 <악의 꽃>은 꽤나 잘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눈망울따위는 의식적으로 써클렌즈를 낀 듯이 더 크게 그리는 듯한 느낌마저 있고요. 그런데도 배우의 미모가 그림으로 옮겨오지 않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2013-04-24 03:43:11@_mrp__-음영의 부재라고 봐요. '쉐딩 전후' 키워드로 한 번 검색해 보시길. 음영이 우리 눈을 얼마나 속이는지 바로 알 수 있거든요. 악의 꽃 도안은 눈-코-입의 간격비를 실사 비율로 유지하면서도 특히 얼굴 한가운데에 있는 콧대가 비어 보이니-
2013-04-24 03:46:13@_mrp__ -더욱 그리 느껴지실 겁니다. 그런데 제게는 콧대가 없는 것마저도 눈과 입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강렬한 느낌이라 좋더군요. 표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만 얼굴에 남겼달까!
2013-04-24 03:47:13그렇다면 음영묘사 삭제에 대한 의문으로 가서, 기본적으로 애니메이션에서의 명암은 '철저히 빛의 방향에 입각하여 빛의 통과 유무를 가르는 것'이 아닌 '덩어리를 위장하기 위한 계산된 패턴'에 준하고 있다는 것을 먼저 짚겠습니다.
2013-04-24 03:53:11@_mrp__ 옷의 주름은 관절 안바깥이 꺾이는 정도나 중력작용을 인식하기 위한 간소화된 시각기호로 그려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지요. 현실에서의 그림자는 생각보다 더 많은 우연과 변화요인으로 복잡하게 움직입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2013-04-24 03:55:03@_mrp__ 그림자를 얹은 실사에서 형태를 따오는 로토스코프 기법은 바로 이 '거짓 그림자' 문법에서도 크게 충돌하여 애니메이터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실사를 바탕으로 그대로 빛과 어둠을 나눈다면 원화와 원화 사이에 그림의 연속성이 크게 튀는 현상이-
2013-04-24 03:56:35@_mrp__ -발생하고 기껏 로토스코로 얻은 '움직임'의 장점을 내다버리는 격이 될 거예요.(이 점은 또 나중에 언급하기로) 덧붙여, 흔히 퍼진 잘못된 지식으로 음영을 넣으면 제작비가 올라간다는 말도 있는 모양인데 애니메이션 작화 공정에서의 단가는-
2013-04-24 03:58:20@_mrp__ -크게 원화 구간 단위 '컷'수와 원화 사이를 잇는 동화 '매수'에 비례하며, 그림체와의 상관은 미미하다는 것 또한 분명히 하고 싶네요. 오히려 <악의 꽃>은 3콤마를 기반으로 씨퀀스 분량이나 작화 매수에서 다른 작품보다 제작비를-
2013-04-24 04:00:38@_mrp__ -많이 들이는 쪽입니다. 원화 내에서의 음영은 소거되었더라도 바깥/실내와 양지/그늘 같은 조명 차이도 촬영에서 과하지 않게 돕고 있으니 마냥 황량하지는 않아요.
2013-04-24 04:08:07<악의 꽃>애니는 일반적인 리미티드 애니보다 더 많은 장수가 들어가는 3콤마 풀 원화 애니메이션, 즉 8/24 프레임의 찰리 채플린 시대의 무성영화와도 유사한 연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빨리 감기하듯 미끄러운 속도감은 인물의 행동도 더욱 과장되어-
2013-04-24 10:49:29@_mrp__ 색다른 맛을 주고 있지요. 이게 사춘기 심해의식을 헤집고 있는<악의 꽃>에서는 상당히 좋은 점으로 작용하고 있네요. 단지 보이는 생김새가 실사풍이라는 점을 대서 단순히 '실사의 어설픈 흉내'로 치부하는 의견은 동의하지 않습니다.
2013-04-24 10:50:06@_mrp__ -이쯤 되면 "이렇게 사실적으로 표현할 거면 차라리 드라마로 만들었어야지"라는 의견에도 다른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네요. 앞에 썼듯 애니메이션 <악의 꽃>은 사실적이라면 사실적이지만 비현실적이라면 비현실적인 생동감을 얻었고,-
2013-04-24 10:50:37@_mrp__ 제가 여러 의견을 지켜보면서 제일 안타까운 견해방식은 '만화의 그림을 원했는데 아니다, 싫다'는 불만을 어필하기 위해 마땅히 영상으로 느껴야 할 매체를 스틸로 캡쳐하고 만화 컷 옆에 붙여 두 '포맷의 차이'를-
2013-04-24 10:53:20@_mrp__ 작품 자체의 일방적인 '질적 저하'로 강조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이래서 '좋다'고 느낀 것을 '맞다'고는 않듯이 '싫다'를 '나쁘다'로 슬쩍 돌리려는 모순된 방향도 좀 줄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13-04-24 10:5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