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에 대한 신뢰'와 '낯선 개인에 대한 불신'을 통해 본 일본 사회

일본 사회에서 청소년의 실제범죄율(하락)과 사람들이 체감하는 범죄빈도(상승) 사이에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실제와 의식의 괴리... 이에 대한 얘기에서 출발해 "공동체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낯선 타자에 대한 불신"을 낳는 아이러니한 메카니즘에 대해, 김영하 님과 일본 사회를 사례로 얘기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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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天 @aniooo

일본에선 실제범죄율은 낮아졌는데도, 청소년 범죄율이 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75%나 된다고. 사회적인 체감불안율이 상승해 "잘 모르는 타자=청소년(또는 외국인)"을 그 원인으로 모는 심리를 'moral panic'이라고 하는데, 이에 해당할 듯.

2011-01-31 08:50:34
@timemuseum

@aniooo 통계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살인이 가까운 사람에 의해 자행되는데도 사람들에게 설문을 해보면 잘 모르는 낯선 사람에게 위협을 느낀다고 대답을 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군요.

2011-01-31 08:57:52
@timemuseum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는 취약한 자아는 그 인정을 빌미로 자아를 조종하려는 이들을 불러들이게 된다. 타인을 조종함으로써만 만족을 느끼는 이 음험한 정신은 트로이의 목마처럼 스며들어 취약한 자아를 통제하기 시작한다.

2011-01-31 08:59:48
@timemuseum

흥미로운 것은 타인의 자아를 쥐고 흔들려는 이 사악함의 근원이 실은 불안이라는 것이다. 자기 내면의 불안을 타인에게 투사함으로써 평온을 얻으려 하는 것이다.

2011-01-31 09:04:45
安 天 @aniooo

@timemuseum 잘 모르는 사람이나 대상에 대해 불안감을 갖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 성향일지도 모르죠. 그런데, 그게 문화권마다 그리고 직업 등에 따라 세부적인 차이를 보인다고 합니다. 상인들은 타자에 훨씬 열려 있고, 농민들은 배타적이라더군요.

2011-01-31 09:03:16
@timemuseum

@aniooo 네, 일리가 있군요. 진화의 관점에서는 '일단 배타적으로 대응하기'가 생존의 확률을 높였을 수 있다더군요. 방심했다가 잃을 것이 너무 크니까요.

2011-01-31 09:06:30
누네즈 @timberguy2

@aniooo 그런 타자에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인종차별등의 왜곡된형태로 나타나는건 아닐까요

2011-01-31 09:09:12
安 天 @aniooo

@timberguy2 저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낯선 타자나 소수자가 사회적인 불안 상황의 희생양이 되는 메커니즘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1-01-31 09:14:04
安 天 @aniooo

@timemuseum 공동체시스템(상호부조/상호감시)이 우선시되는 사회는 시스템을 믿는 대신 개인에 대한 믿음이 약한데 이는'안심사회',반대로 개인이 시스템보다 우선시 되는 사회(신뢰사회)는 낯선 타자에 대해 관용적이라네요. 전자는 일본,후자는 미국.

2011-01-31 09:07:48
@timemuseum

@aniooo 얼마 전 무라카미 류의 <반도에서 나가라>를 읽었는데요. 말씀하신 '공동체시스템이 우선시되는' 일본이라는 사회에서 그게 붕괴됐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상상해본 소설 같더군요.

2011-01-31 09:09:10
安 天 @aniooo

@timemuseum 네.무라카미 류는 계속해서 일본의 그런 면을 비판해 왔다고 할 수 있죠.시스템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개개인이 자립하자는 '근대주의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죠.요즘 일본은 실제로 기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 안되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2011-01-31 09:11:51
安 天 @aniooo

@timemuseum 공동체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으면 굳이 '개개인'을 믿을 필요가 없어진다는 게 논리적인 설명이라고 이해가 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아이러니컬 하게 느껴집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아니라, 시스템에 대한 신뢰...

2011-01-31 09:21:27
@timemuseum

@aniooo 2차대전 당시의 옥쇄 같은 비극도 개인이 아닌 시스템을 신뢰하고, 그 시스템이 잘못된 명령을 내릴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2011-01-31 09:24:58
安 天 @aniooo

@timemuseum 옥쇄도 그렇고,전쟁 결정 자체도 그렇다는 의견이 있습니다.의사결정의 '주체'가 확실치 않으니까, 누군가의 구체적인 의견이 아니라 막연한 분위기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그래서 패전 후에 전쟁책임을 물으려해도 결정권자가 애매…

2011-01-31 09:27:56
安 天 @aniooo

@timemuseum 게다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우선시 되다보니 그 시스템에 속하지 않는 사람은 처음부터 기피대상이 되고, 자연스레 배타적이기 쉽죠. 한편,이에 확실하게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창조적 활동의 주축이 되어온 측면도 있죠.

2011-01-31 09:31:50
@timemuseum

@aniooo 예컨대 자이니치들이 그렇겠군요.

2011-01-31 09:32:28
安 天 @aniooo

@timemuseum 예. 그분들은 "일본사회의 폐쇄성"에 대한 염증에 "조국의 남북분단과 이데올로기적 갈등"까지 경험하다 보니 -환경적으로 이미- 보다 깊은 사유와 성찰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2011-01-31 09:35:10